마왕을시작하는법

제3화 정기 수입을 손에 넣읍시다

유사코즈에 2020. 2. 13. 07:14

"그럼, 이것으로 일단 기본적인 전력이 갖추어졌군"

 

눈앞에 선 남녀노소를 보며 오울은 고개를 끄덕인다.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그 집단은 마찬가지로 제각각 검이니 장대니 농기구같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손에 쥐고 있다.

 

공통점은 오직 하나, 모두 시체인 것뿐이다.

 

그들은 이른바 움직이는 시체이며, 오울의 마력으로 임시목숨을 부여받은 산송장이다.

 

"당신, 정말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구나......"

 

주위를 둘러보며 릴은 중얼거린다.가고일은 계약에 따라 오울에게 완전 복종을 강요당하고 있다.시키는 것만 충실히 따르고, 명령하지 않은 일은 결코 할 수 없다.중급 이하의 악마와 계약할 때에는 흔히 있는 종류의 계약이다.

시체들은 애당초 자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오울의 마력에 의해 움직이기만 하는 꼭두각시이다.

 

유일하게 자유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 릴도 지나치게 세세한 계약에 의해 할수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 철저한 대응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릴은 짐작했지만, 그에 대해 알려하지는 않는다.

오울을 배려해가 아니다.계약에 과거를 캐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마을로 갈까?"

 

릴의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들렸지만 무시하고 있는 건지.

오울은 중얼거림에 대답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다음? 더할거야?"

 

이 마을에 있던 식량과 금품은 저마다 들수 있는 만큼 사자들에게 들게했다.그렇게 넉넉한 마을은 아니지만 겨울이 가까워서인지 어마어마한 양이다.릴은 식사는 할 수 있지만 필요하지 않으며, 오울 혼자면 너무 많은 양이 있다.

 

히죽히죽 웃음을 보이는 오울에게 릴은 이마에 손을 댄다.만난지 아직 하루 정도밖에 안됐지만, 이 미소를 보일 때의 오울은 대체로 변변치 않은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삐샤아아아앗!!

 

공간 자체가 파열하는 듯한 독특한 굉음과 함께 번개가 땅을 태우다.

날씨는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씨.천둥는커녕 비조차 없는 상태에서 떨어진 번개는 오울의 마술이다.

 

마력을 잡아먹는 것 치고는 공격 범위도 좁고 위력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생물을 죽이기에는 충분하지만 돌이나 바위 같은 무생물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그런 불편한 마술이지만, 상대를 단지 협박하는 데는 꽤 유효한 기술이었다.

 

갑작스런 천둥 소리에 놀라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집에서 나온다.거기서 목격한 것은, 새까만 로브로 몸을 감싼 수상한 남자와, 옷이라고 말하기 그럴정도의 천조각으로 몸을 감싼 여자, 그리고, 피투성이의 군세였다.

 

"잘 들어라. 내 이름은 사악한 마술사 오울."

 

"아까도 생각했지만, 사악한 마술사라고 스스로 자칭하는 기분 어때?"

"시끄러워. 이런 건 알기 쉬운 게 좋아."

 

작은 목소리로 태클을거는 릴에게 역시 작은 소리로 대꾸한다.

"오늘은 네놈들에게 거래를 제의하러 왔다."

 

일단 오울은 바로 눈 앞에 있는 가장 나이 많은 남자를 향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거, 거래......입니까......?"

 

아까전의 마을에 비해 이곳 마을은 기가약하다.앞 마을의 촌장 같은 실력자가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오울의 배후에 있는 언데드들의 존재도 크다.

 

"그렇다. 나에게 한 달에 한 번 식량을, 그리고 1년에 한 번 아름답고 깨끗한 처녀를 바쳐라. 그러면 내가 너희에게 축복을 걸어주마.작물은 흉년이 들지 않을 것이며 늑대도 오니도 도적도 너희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릴이 의외인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것은 무시한다.

 

"그...만약 거래에 응하지 않는다면....?"

 

조심조심 묻는 마을 사람에게 오울은 가볍게 손을 든다.그 신호와 함께 등 뒤의 사자들이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 사람들은 거래에 응하지 않은 어리석은 자들이다."

 

"게오르그 씨!......"

 

그 중에서도 "촌장이었던 것"의 얼굴을 보고, 마을 사람들 중 몇 명이 소리를 지른다.

 

"저 아저씨 유명인이었구나."

 

"그 정도 규모의 마을치고는 파격적인 솜씨다.그럴만하지."

 

오울은 릴의 중얼거림에 대답해준다.

 

"나에게 적대한다면 기다리는것은 죽음같은 뜨뜻미지근한 것이 아니다.끊임없는 영원의 고역이다. 그러나, 거래에 응한다면, 너희는 백년의 풍요를 얻으리라.내미는 음식보다 풍성한 열매를. 내미는 아가씨보다 더 많은 자들의 신변안전을 약속하지.그렇다면 너희들의 장은 현명한 자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자인가?"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지만 대답은 대충 정해져 있을 것이다.

 

별로 티격태격하는 기색도 없이 이들은 오울에게 복종을 맹세했다.

 

"좋다. 그렇다면 마을 중앙에 제단을 만들어 매월 첫날에 공물을 바치거라.공물은 소 한 마리, 돼지 두 마리, 닭 다섯 마리.작물은 그 달에 취한 모든 종류를 오푼씩 바쳐라. 처녀 역시 용의달 첫날에 제단에서 대려다둬라.알겠나, 처녀는 예쁘고, 남자를 아직 모르는 깨끗한 처녀이지않으면안됀다."

 

"정말 까다롭게 주문하네......"

 

살짝 릴이 중얼거리지만, 이건 또 무시.

 

이후 감시와 호위를 위해 가고일을 마을 중앙에 두고 논밭에 풍윤의 술을 걸고 제단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지시를 남기자 오울은 사자들과 릴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

 

"휴......여기로 돌아오니 진정되네"

 

그 후 며칠에 걸쳐 인근 마을을 몇 개 돌고, 비슷한 계약을 한 뒤 오울들은 던전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최초의 마을 이외는 저항할 것 없이 모두 6개 마을과 계약했다.다소 먼 마을도 있지만 던전코어의 마력을 이용해 전이술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마을 사람들에게 만들게 한 제단은 전이술의 표식이기도 했다.

 

멸망시킨 마을에서 가져온 가구들로 살풍경하던 방의 분위기도 꽤 편안한 공간이되었다, 오울은 소파에 편안히 앉았다.

 

"그런데 좀 의외였어. 틀림없이 다 멸망시키고 뺏어 버리는 줄 알았거든.반대로 마력을 나누어 주고, 생활을 보장해 주다니."

 

실제로 그런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을 사람들을 배려해 주는 것은 릴에게도 바람직한 일이었다.악마라고 해도 별로 파괴와 살육의 화신인 것은 아니다.

 

"그런 짓을 하면 마을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테니까말이지.사람이 가축을 돌보아 주는 것과 같다.놈들이 굶어 죽고, 생활도 못하게 되면 이쪽에도 소득이 없어진다."

 

"아, 그렇구나. "

 

가축과 같다는 설명은 릴에게 있어서는 딱 들어맞았다.악마가 본 인간은 딱 그런 느낌의 존재이기 때문이다.나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죽이는 것은 내키지 않고, 무저항을 죽이는 것은 약간의 거부감이 들지만, 나에게 엄니를 찌르는 것이라면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오울, 너 정말 악마 이상으로 악마 같아."

 

"...칭찬이라고 받아두지"

 

다소 아연해진 표정으로 오울은 소파에서 허리를 들어 침대로 이동한다.

 

"아직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급하게 해야할 일은 다 끝났구나.오늘은 슬슬 쉬도록하지.......와라."

 

""당분간은 필요없어" 아니었어? 게다가 어차피 곧 젊은 아가씨가 올 거잖아."

 

그렇게말하면서도 명령한것은 듣지 않을 수 없었던 릴은 침대로 다가간다.  맙소사, 아직도 삐진건가......하고 오울은 속으로 탄식하지만,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첫처녀가 오는 것은 2주 후군.뭐, 품기 위해서만 처녀를 요구한 것도 아니지만."

 

침대에 누운 채로 팔을 억지로 잡아당겨, 오울은 릴을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계약한 마을은 6개, 각각 딸을 바치는 달을 다르게 한것으로 2개월에 한번은 새로운 처녀를 받게 되어 있다.

 

"너에게 쌓여 있는 마력은 아직 충분하지만, 이쪽에도 '쌓인' 것은 있다.거기다......성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너희들 몽마보다 더 포옹하기 좋은 인간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익숙하지 않은 립 서비스를 입에 올리자 릴이 히죽히죽 웃으며 오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립서비스라고 해도 사실이긴 하지만, 안 해도 되는 말을 일일이 말하고 있다는 것은 오울에게 약간의 굴욕이다.

 

"게다가 마력으로 만들어진 너의 몸은 마력을 쏟으면 조금씩이지만 용량도 늘어난다.원래 용량 자체가 인간과는 현격한 차이다.앞으로도 자주 상대해 줄 테니 각오해 둬라."

 

"네~에,......주,인,님."

 

귓가에 대고 간지럽히듯 속삭이는 릴을 누르면서 오울은 다시 한번 속으로 탄식했다.

정말 귀찮은 악마를 파트너로 택해 버렸군.


릴도 비슷한 감상을 오울에 대해 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