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대화해보고싶은걸2
그리고 찾아온 방과후.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쿠죠양은 1학년 6반인 것 같다.돌아갈 준비를 마친 나는 긴장한 나머지 일단 화장실로 도망치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생각해본다.진짜 말 걸어봐도 되는건가하고.그런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뺨을 두 번 때리고 진지한 얼굴을 해본다.
좋, 좋아! 갈까!
심호흡을 하고 1학년 6반으로 향한다.교실 앞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하루키가 있었다.그리고 하루키 앞에는 쿠죠양의 모습이.
"여,여어, 하루키! 뭐, 뭐하고 있어??"
"오~ 토우마냐?잠깐말이지."
나의 부자연스러운 연기에 하루키가 자연스럽게 대답 한다.
그래, 이건 작전이다.쿠죠양이 돌아가 버리기 전에 하루키 씨는 먼저 앞질러가서 쿠죠양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그리고, 하루키에게 말을 거는 과정에서, 쿠죠양에게도 말을 거는 서투른 작전이다.
하루키가 상쾌한 꽃미남 스마일로 이쪽을 바라보자, 쿠죠양도 나를 바라본다. 그렇지만, 겸연쩍은지, 입을 다물고 있다.근데 홍조를 띠고 있는 것 같아.하루키 때문일까.
"앗 쿠,쿠죠양! 오늘 프린트물 옮기는거 도와줘서 고마워! 그,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너무 한심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떠난다니 한심하다 수준이 아니야.
저질러버렸다 하고 후회하면서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갔다.그러자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소리에 이끌려 되돌아 보자, 쿠죠양의 모습이.
"키리자키군!"
"네, 네!"
스커트 자락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입을 여는 쿠죠양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고 침을 삼켰다.
“그, 그……고마웠어.계속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응? 감사? 나 뭐 했나?
"에,어 감사라니?"
"아, 미안해요.고등학교입시 때 필기구 빌려줬던거 말이에요."
입시……필기구…….흐음 짜내듯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 그렇구나.이 학교 시험때 옆자리애한테 샤프랑 지우개 빌려줬어! 그런데 잠깐만.확실히 그 때, 옆의 아이는 동그란 안경에 착실하고 수수한 머리의 아이였던 것 같은데…….
"아, 아, 그거.옆자리, 쿠죠양이였나?"
"예, 예…….겉모습이 전혀 다르죠."
"그,그렇네! 일단 붙어서 다행이다!"
확실하게 떠올렸다.시험 당일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아이가 정신없이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얼굴은 창백해서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필기도구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내가 가져온 샤프랑 지우개를 빌려줬었지.
잠깐만 그래서 겨울쯤부터인가 샤프와 지우개가 사라졌던건가, 상쾌하게 해결!
수수께끼도 풀렸고, 쿠죠양에게 감사를 받았다! 그런 기쁨에 만족하고있자 쿠죠양이 계속해서말했다.
"키리자키군도 합격해서 다행이에요.키리자키 군, 연필이랑 조각난 지우개로 시험치길래 몹시 걱정이 돼서"
“아아, 그건 괜찮아! 오랜 파트너니까! 오래 써서 익숙하다고나 할까 하하하."
그렇게, 익살스럽게 말하자 쿠죠양이 작게 웃었다. 너무 귀여워
"후후, 정말 다행이다."
"그렇네!"
그렇게 말하며 엄지를 치켜들자 쿠죠양이 다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치맛자락을 잡았다.
"아, 저기... 오늘 같이 프린트 날랐던 애는..."
"에? 아, 미쿠말인가.소꿉친구야."
그렇게 말하자 쿠죠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군요.다행이다."
"다행?"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괜찮다면 그...저랑도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눈을 치켜뜨는 쿠죠양. 치,친구?! 저 쿠죠양이랑 친구라고?! 내 뇌 속에 꽃밭이 펼쳐졌다.새빨간 꽃이다!
"무, 물론! 이랄까, 내가 부탁할게!"
너무 기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눈만 살짝돌려 바라보자 입꼬리를 올린 쿠죠양이 움틀움틀 몸을 움직였다.
"그,그러면 내일 봐."
"으, 응! 내일 봐!"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자, 쿠죠양이 손을 작게 흔들며 교실을 나갔다.
쿠죠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복도쪽을 멍하니 바라본다.여운에 잠겼다고 할까, 이게 현실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그러자 하루키가 교실로 들어왔다.
"해냈구나, 토우마"
"오, 오우! 랄까 듣고있었어?"
"미안해. 하지만 수능 때 만났었다니.재미있는 일도 있구나."
"그러게말이야.설마 쿠죠양이었을 줄이야."
턱을 괴고 감개 깊게 말하자, 하루키는 살짝 작게 웃었다.
"어쨌든, 친구가 되었으니 말을 걸기 쉬워졌네."
"내가 말을 걸어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자신감을 가져."
그렇게 말하고 하루키는 상냥하게 미소지어 주었다.정말 미쿠의 말대로 하루키는 나에게 너무 무른걸지도 몰라.원할때 원하는 말을 해줘.
그리고, 최고로 기분이 좋은 나는, 하루키와 함께 걷기 시작한다.승강구로 나오자 미쿠가 신발장에 등을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미쿠-"
"으악, 짜증나."
내가 기세 좋게 손을 들자 미쿠가 멸시의 시선을 보내온다.그리고 한숨을 쉬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작전은 잘 된 거야?"
"그게 말이야~"
작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쿠죠양과 친구가 된 사실을 전하자 미쿠는 「헤-」라고 그다지 놀라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뭐야, 낮 처럼 반응 안 하네"
"그렇지 뭐. 아까 여기서 쿠죠 양 봤었고. 엄청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뛰어갔어.저런 아이였나? 라는식으로 볼정도로."
"하아? 잘못 봤겠지.쿠죠양은 말이야, 정숙하고, 웃는 얼굴도 우아……할 거야!"
마지막에는 자신없게 말하자 미쿠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너 쿠죠양 알게 된 거 어제잖아? 쿠죠양이 그럴리없다니 바보 아냐?"
"미, 미안."
미쿠의 정론에 고개를 떨구자, 하루키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하하, 확실히 지금꺼는 너무 지나쳤어,기분좋은것도 알겠지만. 그치?"
"죄송합니다. "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반성하는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하교했다.셋이서 걷는 하굣길은 어렸을 때부터 변함없이 이 느낌.몸만 커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미쿠는 태도도 커졌지만.
만약……만약 쿠죠양과의 사이가 깊어지면 넷이서 돌아가거나 할 수 있을까.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하는 미쿠와 하루키를 바라봤다.